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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의 안전성과 안정성, 그리고 고객의 편의성

기사승인 2020.12.03  09: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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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약통신 451호 독자투고

환자 편의 위해 분포조제한 약, 보관 잘못으로 변질
약국 찾아가 행패… 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바뀌어야

 

제약회사 CS업무를 담당한지도 만 8년, 제품별 특장점부터 질환 일반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많은 걸 배우며 일을 하고 있다.

훌쩍 지나버린 시간을 돌이켜 보면 아쉽고 답답한 부분들이 많다. 건강을 위해 복용하는 의약품이기에 보다 안전하고 적절하게 복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벗어나는 것들을 보면서 아직도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것들 중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제가 ‘의약품의 안전성, 안정성 대 고객 편의성’이다.

모든 제조업은 그 나름의 업종 특성이 있고, 관련법을 통한 규제 속에 고객 보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인체의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산업은 특히나 제약과 규제(restriction)가 강한 산업이다. 그래서 농담 삼아 제약업(the pharmaceutical industry)은 규제산업(regulation industry) 또는 제약산업(restriction industry)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의약품은 일차적 기능인 약효가 중요하며, 이와 가장 밀접한 개념이 안전성(safety)과 안정성(stability)이라 하겠다.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안전성은 부작용 관련하여 유해하지 않는 것, 안정성은 사용기한 동안 변하지 않고 동일한 약효를 나타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

이를 위해 원료 특성에 맞는 포장용기/사용기한이 설정되고 해당 약의 허가조건으로 기록된다.

예를 들자면 습기에 취약한 정도, 햇빛 노출 방지 필요성 여부에 따라 적합한 포장용기와 온도 보관 조건이 결정된다. 그래서 정제나 캡슐제의 경우 특별한 제약 조건이 없을 경우 제습제가 들어있는 병이나 일반적인 PTP 포장을 사용하지만, 인습에 취약한 제품은 알루미늄 호일포장을 사용한다.

또한 차광이나 기밀을 요하는 제품도 그에 맞는 포장용기를 사용하고, 보관 조건도 설정, 고지하고 있다.

▲ 다양한 약의 포장 형태 병(좌), 알루알루 포장(우)

그런데 이렇게 통이나 PTP에 담긴 약을 고객들이 복용 하려면 매번 꺼내야 하는 수고가 요구된다.

특히 혈압, 고지혈, 당뇨 등을 앓고 계신 70대 이상 고령환자로 가면 한 번에 10개 가까이 약을 드시는 분들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 분들이 매번 수많은 약을 찾아서 제대로 복용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특히 알루알루 포장에 들어있는 작은 사이즈의 약을 매번 꺼내야 하는 것은 참으로 수고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 먹는 약의 변질 우려가 있다면 편의성은 잠시 잊고 애써 수고로움을 감내해야만 하지 않을까? 여기에서 분포조제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복용 편의성을 위해 한 번에 드시는 약을 하나의 포장 안에 분리해서 담아 주는 것이 분포포장으로, 우리가 약국에서 흔하게 받아오는 종이포장에 약을 담은 것을 말한다. 이 포장종이도 재질이 여러 가지가 있어 인습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약국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 인습, 차광 등의 문제가 없는 의약품이라면 상관없지만 반대의 경우 인습이나 빛에 노출되어 색이 변하거나 변질의 가능성이 있고, 실제 종종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들이 인습에 취약하다거나 차광이 필요한 의약품의 개별 특성을 몰라서 이처럼 분포조제를 할 리는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위험성을 감수하고 분포조제를 하는 것일까? 약의 특성을 설명하고 포장형태 그대로 조제를 하면 다른 곳은 다 분포해주는데 왜 여기만 이러냐며 처방전을 회수해 다른 곳으로 가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개국 약사의 이야기에서 그 정답을 찾을 수 있다.

가능한 것이라도 분포조제했던 약을 다시 까야하는 불편은 차치하고라도 불친절하고 게으른 약국이라는 오명이 덤으로 따라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찾아온 손님이 돌아가고 나아가 평마저 나빠지는 현실 앞에서 개국가에서 약의 특성에 따라 분포조제를 거부할 수 있을까?

이처럼 본인이 보관 조건을 벗어나게 요구한 고객들에게 발생한 변색이나 변질 제품이 문제가 된다.

본인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보관했으니 제약회사에서 잘못된 제품을 만들었다고 매도하며 교환을 요청하고 심지어 정신적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너무도 당당히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거나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참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금년 여름처럼 엄청난 비가 오면 기본적으로 가정 내 습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같은 공간에 보관했다고 해도 인습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생각 없이 제약사의 잘못으로 매도하고, 경우에 따라 원칙 대응을 하는 회사 대신 조제약국에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변질된 약을 파는 약국이라며 행패를 부린다.

손님이 많은 시간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진상 앞에서 많은 약국이 교환을 해주는 경우가 많고, 그냥 손해를 감수하거나 제약사에 처리 협조를 구하게 된다.

약국만이 아니다. 이러한 고객들은 처방한 의사를 찾아가 당신이 처방해준 회사의 제품이 상했다며 다른 약으로 바꿔 달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사정을 확인하기 어려운 의사들이 그 회사와 제품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없을까!

이러한 불합리를 숱하게 겪으며 약 복용에 대한 소비자의 사고가 바뀌지 않는 한 고쳐지지 않을 ‘의식변화의 문제’라 생각하게 된다.

다행히 최근 들어 대학병원 앞 문전약국을 중심으로 분포조제하지 않고 포장 형태 그대로 고객에게 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로컬병의원보다 대학병원을, 그리고 문전약국을 신뢰하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포장 형태로 조제하는 것에 대한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약 복용의 편의성보다 안전성,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 홍보가 절실한 이유다.

아울러 고령환자들의 복용 편의성도 함께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현재 시중에 ‘요일약통’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에 먹는 약을 1주일 치씩 담는 통이 많이 팔리고 있다.

▲ 다양햔 요일 약통

대다수 약 이 개봉 후 7일 정도는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기에 1주일 치씩 담아둠으로써 어르신들의 복용 편의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약의 전문가가 관리하는 약국을 벗어난 순간 약의 안정성이 깨진 것으로 판단하고, 그 때문에 개봉 즉시 발견한 결함이 없는 한 교환하지 못한다”는 유관기관의 고시를 알고 있는 고객은 얼마나 있을까! 올바른 의약품 안전 사용을 위해 고민해야 할 내용은 많다. 악성고객이기 때문이 아니라 몰라서 하는 행동이 많다. 그런 부분들을 공유하고 바꿔나갔으면 한다.

유영재 pharmacy@binews.co.kr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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