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이마트. 다양한 막걸리를 보관한 냉장 판매대에선 유독 '지평 이랑이랑'만 품절 상태였다. 막걸리 특유의 시큼한 맛을 빼고 젊은 색을 입히자 날개가 달린 듯 팔려나갔다. 일반 막걸리에 비해 3배나 비싸지만 물건을 채우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다.

막걸리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거세다. 2030 공략을 위해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맛에 변화를 주자 다시 소비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특유의 막걸리 냄새는 사라지고 유산균 음료를 먹는 듯한 즐거움이 여성까지 막걸리 팬으로 만들고 있다. 

◇ "비싸도 잘 팔리네" 고급화 승수부 통했다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지평주조가 합작으로 만든 '지평 이랑이랑'은 지난 7월 이후 10월까지 8만병이 팔려나갔다.

이마트는 우리 먹거리를 직접 발굴해 소개하는 '재발견 발견의 맛'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지평 이랑이랑을 내놨다. 제품을 내놓기까지 지평주조와 테스트를 통해 맛 보완을 거듭했다.

지평 이랑이랑은 일반적인 막걸리와 차별화한 스파클링 막걸리다.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레몬농축액과 허브류로 상큼하고 신선한 산미를 살렸다. 자일리톨까지 더 해 깔끔하고 은은한 단맛을 낸다. 4800원(대형 마트)이란 가격에도 이마트의 막걸리 제품 중 인기 3위에 올랐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주류 문화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며 "일반 막걸리와 차별화한 스파클링 막걸리가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막걸리는 강한 탄산과 시큼한 맛으로 기성세대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했다. 조금만 마셔도 속이 더부룩한 느낌은 막걸리를 멀리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국순당이 2018년 5월에 국내 최초로 선보인 '1000억 유산균 막걸리'도 편견을 제대로 깬 제품이다. 당시 1000원대 막걸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2000원대 고급 제품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200만병 누적 판매고로 이어졌다. 이어 4월 출시된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3080원)도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출시 6개월 만에 60만병 판매고를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두 제품을 경험한 소비자라면 막걸리 편견이 단숨에 깨진다. 마치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 듯한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감칠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막걸리 거부감이 강한 여성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장 건강에 관심이 높은 여성과 장년층 소비자 인기가 높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역력 강화 제품을 찾는 소비 경향도 판매 호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국순당)© 뉴스1

 

◇ 감미료 빼자 깔끔한 맛…저도주 더해 젊은층 저격

소비자들은 최근 막걸리 맛이 과거보다 깔끔해졌다고 평가한다. 실제 업체들도 저마다 수십년 막걸리 제조 노하우를 접목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감미료를 제외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막걸리 90% 이상이 여전히 감미료를 사용한다. 막걸리 특유의 무겁고 텁텁한 맛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다.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는 인공감미료 대신 쌀·누룩·물만으로 생산된다. 기존 막걸리 맛과 다른 깔끔한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인기다. 2480원이란 가격에도 1월부터 10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서울장수가 새롭게 내놓은 인생막걸리 역시 쌀의 수분 함량과 비율을 조정해 달콤함과 산뜻함을 동시에 확보했다. 2018년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이 520만병에 달한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느린마을 막걸리는 우유처럼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며 "숙성 정도에 따라 취향에 맞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이유"라고 설명했다.

막걸리 업계에선 저도주 문화에 맞춰 도수를 낮춘 것도 제2 전성기를 앞당겼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인기를 얻는 현재 지평 이랑이랑·서울인생막걸리·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알코올 도수는 모두 5도다. 숙취 부담을 덜고 부드러운 맛이 살아나면서 막걸리를 멀리한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모은 원동력이 됐다. 특히 여성과 알코올에 약한 소비자까지 부담 없이 즐기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소주에서도 알코올 17도 이하 순한 맛을 즐기는 애주가들이 늘고 있다"며 "막걸리 역시 저도주 문화를 택하며 또 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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